[최보기의 책보기] 사막과 럭비공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최보기의 책보기] 사막과 럭비공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입력 2024-10-07 15:26
수정 2024-10-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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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럭비』 이경란 소설집/ 강
『사막과 럭비』 이경란 소설집/ 강


개구리 뛰는 방향과 럭비공 튀는 방향은 신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단편소설집은 엮인 단편소설 중 대표작이다 싶은 작품의 제목을 골라 책 제목으로 내세우는데 이경란 소설가의 신간 단편소설집 『사막과 럭비』에는 「사막과 럭비」라는 제목의 단편이 없다. 대체 ‘사막과 럭비’라는 제목은 어디서 왔을까? 둘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증이 소설 읽기를 자극한다.

책이든 그림이든 문학예술 창작품을 대할 때 의도적으로 평론가의 해설을 외면하는 이유는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작품의 메시지, 작가의 저작 의도 등을 느끼고, 해석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작가는 감자를 말했을지라도 독자가 고구마로 해석한다면 그 독자에게 그 작품은 고구마다. 그러므로 문학예술 창작품은 읽거나 감상하는 이의 눈과 마음에 따라 서로 다른 수많은 작품으로 거듭 태어난다.

『사막과 럭비』의 첫 소감은 작가가 ‘억압과 해방’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경란 작가는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등단한 이후 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다섯 개의 예각』,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디어 마이 송골매』, 공동소설집 『소설, 한국을 말하다』를 펴냈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은 대만과 태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일만큼 주목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신간 『사막과 럭비』에는 「다정 모를 세계」「크리놀린」「마을 밖에는 꽃과 노래」「해(害)」「못 한 일」「성북동의 달 없는 밤」「여행시절(旅行時節)」「다섯 개의 예각」 등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편마다 럭비공 튀듯 독자의 해석과 평가가 다르게 나올 작품들이라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고 판타지나 SF 소설은 아니고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겪었을 법한 일상이거나 지난 역사를 소재로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모처럼 고(故) 이외수 작가의 소설 『벽오금학도』가 생각나는, 사막에서 럭비공 찾듯 작가의 사유를 쫓으며 읽는 재미 혹은 고충(?)이 있다.

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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