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최우수상 강춘자 할머니
강춘자(72) 할머니는 손주가 다가와 동화책을 건넬 때마다 덜컥 겁이 났다. 한글을 진작에 배우지 않은 일을 후회했다. 책을 읽을 줄 모른다는 고백에 ‘할머니 학교 안 다녔어’라고 손주가 반문할 때면 가슴이 더욱 쓰렸다. 언젠가는 한글을 꼭 익히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사리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던 올해 3월 한글 강좌가 동네 마을회관에 개설되면서 매주 두 차례씩 수업에 참석했다. 최근 한글 실력이 부쩍 늘어난 강 할머니는 ‘무서운 손자’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손주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수 없었던 당시의 감정을 솔직히 담았다.강춘자 할머니
이 작품으로 강 할머니는 교육부가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한 ‘전국 성인문해(文解)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강 할머니는 “항상 손주들 얼굴만 봐도 즐겁고 좋았지만 어렸을 때 책 하나 못 읽어 준 게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마음에 걸렸다”면서 “그때 그 감정이 시로 잘 표현된 것 같다. 손주들은 벌써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1학년이 됐다”며 웃었다.
강 할머니의 작품 속 표현은 솔직하다. ‘우리 손주는 책을 가져와 읽어 달라고 하니 무서워 죽겠다’, ‘손주놈 손에 들린 동화책이 무서워 부엌에서 나가질 못 한다’는 식이다. 또 ‘말로 하는 이야기라면, 손으로 하는 음식이라면 손주 놈이 해 달라는 대로 해줄 수 있으련만’과 같은 표현으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날 강 할머니를 포함, 뒤늦게 한글을 깨우쳐 시화를 출품한 106명에게 시상했다. 이 작품들은 서울 세종로를 비롯해 전국 36곳에서 동시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3-09-07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