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러시아전 거리응원 “우와”, “으악”

<월드컵2014> 러시아전 거리응원 “우와”, “으악”

입력 2014-06-18 00:00
수정 2014-06-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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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 한국의 경기가 열린 18일 오전 거리응원이 벌어진 서울 광화문광장과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 일대는 태극전사의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광화문광장에는 1만2천명(경찰 추산 7천명), 영동대로에는 5천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함성과 탄식을 반복했다.

▶”가까이서 느껴보자”…밤샘 시민들

○...경기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4시부터 영동대로 본무대 앞좌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차 있었다.

경찰과 안전요원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통제했다.

늦게라도 통제선 안쪽의 앞자리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던 시민들은 급한 마음에 뛰어가거나 서로 밀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 7번 출구에서 본무대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밤을 새웠거나 새벽 일찍 나온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담요를 덮고 누워 쪽잠을 잤다.

버스 운행이 중단된 정류장의 의자나 역 출구 앞 벤치 등 몸을 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시민들이 자리를 차지해 잠을 청했다.

▶넥타이 회사원·페이스페인팅 여대생…옷차림도 다양

○...상일동에서 온 회사원 김민수(42)씨는 “오전 8시30분이었던 출근시간이 한시간 늦춰져 회사에 가방 두고 경기 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나온 대학생 정예은(21·여)씨는 “한창 시험기간으로 기말 과제도 잔뜩 쌓여 있지만 밤 12시에 친구 6명과 함께 나왔다”며 “새벽에 좀 춥긴했지만 응원으로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겠다”고 외쳤다.

짧은 티셔츠와 화려한 화장 등 한껏 치장을 하고 나온 여성들과 직접 사진을 찍는 남성들도 있었다.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팀 ‘치어콕’ 소속 신유진(18)양은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직접 화장도 하고 의상도 준비했다”며 “대한민국 선수들 긴장하지 말고 꼭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대박 기대했는데…” 상인들 울상

○...시민들은 기업에서 홍보차 나눠준 응원도구를 손에 들었다. ‘대박’을 기대하며 나온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영동대로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52·여)씨는 딸과 함께 ‘산오징어 팝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일찌감치 거리로 나섰다. 이씨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전혀 팔지 못했다”며 날이 밝자 결국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

스티로폼 방석을 파는 한 60대 여성도 “전에는 수백개씩 팔곤 했는데 오늘은 정말로 하나도 안 팔렸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초입에서 ‘코리아팀 파이팅’이라 쓴 빨강 목도리 등 응원도구를 파는 한 50대 여성은 “10개도 못팔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호프집도 문은 열었지만 손님들은 없었다. 삼성역 주변 호프집의 직원은 “어제 밤에는 손님들이 좀 있었지만 오전 1시쯤 다 빠져나갔다”며 “평소에도 밤새 영업해서 오전 9시에 문을 닫는데 오늘도 일단 그때까지는 장사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 치킨점에서는 아예 출장판매에 나섰다. 영동대로에는 치킨집 배달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여러 묶음의 치킨 상자를 들고 ‘한박스에 만원∼’이라고 외치는 치킨집 사장과 아르바이트생들이 눈에 띄었다.

잠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은 “2010년에도 응원장소에서 치킨을 팔았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 응원문화 흥겹네요” 외국인도 동참

○...외국인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유학생 켄드라 반 나이하이스(25·여)씨는 “한국의 응원 문화는 아주 흥겨워서 좋다”며 “특히 경복궁을 마주하고 전통, 현대,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강원대 교환학생이라는 러시아인 유진씨와 아르헨티나인 메디아스는 어제 오후 10시 30분 춘천에서 출발해 자정께 영동대로에 도착했다.

러시아팀 응원 유니폼 차림의 유진씨는 러시아 마크를 가려야 한다며 가방끈으로 장난스럽게 가리키기도 했다.

그는 “응원현장을 취재해 직접 리포트를 만들려고 카메라를 가져왔다”고 말했고, 메디아스는 “응원 현장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영동대로 중계 2분간 중단

○...오전 7시 42분께 영동대로 응원장에서는 네트워크 오류로 경기 중계가 약 2분간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반 42분께 손흥민의 돌진으로 얻어낸 코너킥 이후 양팀간 공방을 주고받던 긴박한 순간이었다.

대형 스크린에 “네트워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전원을 확인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뜨자 시민들은 일제히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DMB를 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스크린은 오전 7시 44분께 회복됐고 곧 전반전이 끝났다.

▶축제 분위기 한켠 ‘잊지않겠습니다’

○...영동대로의 인도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붙어 있었다. 리본에는 ‘잊지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벌써 잊으셨나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선 방한나(33·여)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뉴스를 보는 것조차 괴롭고 나도 잊고 싶었지만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월드컵에 열광하는 걸 보니 벌써 세월호 참사를 잊은 건 아닌지 걱정돼 나왔다”고 말했다.

감리교 도시빈민선교회 학생들은 노란색 X표시를 한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아 세월호’, ‘같은 노동 절반 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문구가 쓴 피켓을 들고 나섰다.

감신대 신학과 12학번 이종권(21)씨는 “4년에 한번 오는 월드컵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올해만큼은 응원하더라도 방식이나 열기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월호 뿐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나 브라질 현지 도시 철거빈민들 문제 등 산적한 문제를 잊지 않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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