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올 시즌 후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김성근 감독의 ‘폭탄발언’이 나온 지 하루만인 18일 김 감독을 전격 경질한 이유는 어수선한 상황을 조기에 수습해 남은 정규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SK 구단이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 감독을 해임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극약 처방’을 택한 데에는 김 감독에게 더는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김 감독은 지난 4년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재임 기간 내내 SK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놨다.

인천 문학구장을 찾는 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SK는 한 시즌 관중 100만 명 동원을 눈앞에 둔 인기구단으로 탈바꿈했다.

김 감독과 SK 구단이 비극적으로 갈라선 데에는 재계약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시즌 중반부터 재계약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힘겨루기를 하던 양측은 최근 김 감독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어 김 감독의 ‘전격 사퇴’ 발언으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SK 구단은 ‘경질’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올 시즌 후 SK와 계약 만료를 앞둔 김 감독은 최근 “구단이 시즌 중 세 차례나 재계약 논의를 미뤘고 그 와중에 인간적인 결례를 범했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계약을 할 권리는 구단도 있지만 내가 계약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의 한 관계자는 “재계약 논의를 시즌 후로 미룬 이유는 여러 가지 계약 조건과 관련해 시즌 중간에 언론에 터져 나오면 김 감독은 물론 팀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재계약의 조건 중에는 내년 이후 팀의 체질개선, 즉 ‘리빌딩’에 관한 얘기도 들어있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구단과 김 감독이 이견을 있을 수 있고 조정이 필요하기에 시즌 중 재계약 논의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SK 구단은 그동안 김 감독이 이룬 위업은 인정하나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사퇴 발언은 ‘무책임하다’는 결론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SK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4년간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데에는 김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전력 보강에 구단이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김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