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우리 둘이 있을 때 보져줄께, 아주 좋아할 것”
“장관이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니다니 나를 구슬리기 위한 돈다발이라도 들어있나 싶었다.”근엄한 ‘마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가방을 들고 항공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이런 농담을 했다고 AFP와 RT 등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 궁에서 케리 장관과 회담하기에 앞서 케리 장관이 모스크바에 도착할 때 손에 들었던 서류가방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이 비행기에서 직접 소지품을 가지고 내리는 모습을 보고 좀 혼란스러웠다”면서 운을 뗐다. 그는 “아주 민주적인 태도”라면서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관 대신 가방을 들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미국이 좋지 않거나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며 천연덕스레 미소를 지었다.
푸틴은 이어 “그러다 가방 안에 뭔가 귀중한 물건이 들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 이슈와 관련해서 나와 흥정하려고 가져온 돈다발이 틀림없다”며 능청을 피웠다.
웃으며 푸틴 대통령의 말을 듣던 케리 장관은 “있다가 우리 둘이 개인적으로 만날 때 서류가방을 보여주겠다. 보면 아마 놀라면서도 기분도 좋아질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케리 장관은 또 회담 이후 언론으로부터 가방 내용물에 대한 질문을 받자 “푸틴 대통령과 나 사이의 비밀”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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