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납품업체 보호 후속조치… 현 시정명령 실효성 없어 보완
# 사례1 인천의 한 백화점은 납품업자 A씨의 물품을 외상으로 받아 한 달간 774만원어치를 판매했다. 하지만 이 백화점은 자금 사정이 어렵다며 판매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고, 50일 가까이 지나서야 두 차례로 나눠 지급했다.# 사례2 전국에 수십개 백화점을 운영 중인 한 대형 유통업체는 백화점에서 철수한 납품업체의 계약 마지막 달 판매대금을 4개월이나 미뤘다가 지급했다. 이 백화점이 대금 지급을 미룬 납품업체는 385개, 금액은 5억원가량이었다.
납품업체에 상품판매대금 지급을 미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이들 대형 유통업체가 받은 처분은 “앞으로는 판매대금 지급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시정명령뿐이다. 납품업자들이 공정위의 시정명령으로 얻은 이익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금지급이 40일을 넘으면 그 기간만큼 연 20%의 이자를 납품업체에 물어야 한다.
공정위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상품판매대금 지연 지급 시의 지연 이율’을 고시했다. 연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이거나 매장면적 3000㎡ 이상인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이 지나 지급할 경우 연 20%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대규모 유통업법이 ‘4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지급하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연 이율 20%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시중은행의 연체이자율 상한선과 하도급법에 명시된 선급금 지연 이자율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연체이자율 상한선은 21%이며, 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은 19%다. 하도급법은 선급금 지연 이율을 20%로 규정하고 있으며, 할부거래법시행령도 계약금 및 할부금을 연체하는 경우 20%의 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대형 유통업체는 판매대금을 늦게 지급하더라도 이자를 주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연 4~5% 정도의 ‘저리’를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 납품업체는 판매대금을 늦게 받으면 자금 순환 등에 어려움을 겪지만, 대형 유통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제대로 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대금 지연이율을 지급하지 않은 대형 유통업체에는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며,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2-02-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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