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구찌·프라다 등 올려 “매출 줄자 값 올린다” 지적도
한국에서 높은 콧대를 자랑하던 루이비통, 샤넬 등 고가의 수입 브랜드들이 매서운 경기 불황을 견디지 못한 채 매출 감소라는 수모를 겪고 있다.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제품 단가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어 손실 보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의 국내 매출이 지난해 두 자릿수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매장에서는 전년 대비 감소율이 20%대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루이비통은 올해 들어서도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199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성장을 거듭해 온 루이비통이 매출 감소를 겪기는 처음이다. 루이비통의 국내 관계자는 “매출이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두 자릿수대의 감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루이비통의 불패 신화가 사실상 무너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샤넬도 올 들어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샤넬의 올해 매출이 한 자릿수대에서 줄었다”고 설명했다.
명품들의 매출 감소는 업계 불황에다 수입 브랜드 수가 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해외 트렌드에 민감해지면서 기존 명품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던 일본 관광객들이 엔저로 발길을 끊은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루이비통은 이달 초 일부 제품 가격을 최고 6%까지 올렸다. 이날 구찌는 지난 1월에 이어 또 핸드백, 지갑 가격을 각각 4.8%, 3.7% 올리기로 했다. 1월에는 핸드백 1종 4%, 지갑 3종을 5~11% 올렸다.
프라다는 지난해 12월 인기 제품 가격을 6∼8%(전 제품 기준 2%) 올리는 등 한 해에만 세 번이나 가격을 인상했다. 에르메스도 이달 초 일부 제품가를 최고 6% 올렸다. 셀린느, 멀버리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겠지만 매출 감소분을 로열티 높은 한국의 소비자에게서 한꺼번에 충족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여 추가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3-03-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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