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인증 따낸 서울성모·세브란스 등 메르스 차단에 ‘성공적’ 평가
삼성서울, 감염내과 전문의 수장 두고도 2017년 뒤늦게 인증 추진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병원 내 감염관리 등에 대한 국제인증 유무가 메르스 방역의 성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의료계에서 나와 주목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병원의 감염관리 수준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대표적 기관은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다.
JCI는 원래 1994년 미국에서 자국 내 병원을 평가, 인증할 목적으로 설립된 비정부 비영리 기관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3년마다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등 수십 가지 평가항목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인증서를 주고 있다.
이 인증기준을 충족하려면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은 약 1년 이상 준비해야 할 정도로 심사가 엄격하다. 병원에서는 이 인증을 따기 위해 모의훈련만 수십 차례를 할 정도다.
특히 이 중에서도 ‘환자 안전’ 항목에 포함된 감염관리 활동은 모든 평가부분을 통틀어 심사가 제일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해관계가 없는 미국의 JCI 평가단 5명이 1차와 2차에 걸쳐 심사기관에 각 1주일을 머물며 심사를 하는데, 의료진이나 직원들이 감염관리 세부사항을 숙지하지 못했거나 감염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인증을 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심사단은 청소원들이 중환자실 청소를 했던 대걸레로 다른 병실을 청소하는지까지 꼼꼼히 챙겨본다. 자칫 청소도구를 통해 옮을 수 있는 감염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JCI는 특히 청소시에도 고무장갑을 끼지 말고, 맨손으로 청소하고 나서 청소가 끝나는 장소에서 매번 손 씻기를 할 것을 주문한다.
주목되는 건 이번 삼성서울병원에서처럼 감염사고가 터졌을 때 의료진이나 직원을 비난하지 말라는 감염관리 규정이다. 만약 이들의 실수를 비난하면 사실을 숨기게 되고, 이는 곧 투명한 정보공개를 막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게 그 이유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2007년 국내 처음으로 JCI 인증을 받은 이후 서울성모병원, 고대 안암병원, 이화의료원, 인하대병원, 김안과병원 등이 이 인증을 따냈다.
이중에서도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은 두번째 인증까지 받았으며 현재 세번째 인증을 준비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JCI 인증에 따른 내외부 직원 교육에만 연간 5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등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이 인증 획득에 따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구멍난 감염관리망을 여실히 드러낸 삼성서울병원은 감염내과 전문의를 수장으로 두고도 JCI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JCI 인증의 필요성을 최근에서야 인정하고, 오는 2017년 인증을 준비 중이었다. 때문에 이 병원에는 아직 음압병실조차 없다.
반면 서울성모병원과 이화의료원 등은 이 인증을 따는 과정에서 연습한 감염관리 매뉴얼대로 움직여 메르스의 병원 내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은 국제적인 감염관리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국내 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응급실에 음압병실을 만들어 이번 메르스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CI가 권고하는 감염관리 기준을 보면 이 인증이 왜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
JCI 감염관리 인증기준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방역망에 허점을 보인 ‘직원 관리’ 부분에 대해 ‘모든 직원 영역이 감염관리프로그램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JCI는 이에 더해 “효과적인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직원들에게 채용시점부터 정기적인 감염관리프로그램을 교육해야 하며, 교육 프로그램 대상은 전문의료진, 임상·비임상 지원 직원, 환자와 가족, 입주사 직원과 방문객까지도 포함된다”고 적시했다.
또 환자와 그 가족이 기관 내 감염예방 및 관리활동에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내용도 이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은 “JCI 국제인증을 받는 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환자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해 전 구성원이 수없이 훈련한 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효과를 낸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런 인증이 있다고 해서 갑작스럽 감염병 위험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는 없는 만큼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병원 스스로 최선의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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