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확실해야 발권력 동원” 자본확충펀드 활용안 제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책은행에 출자가 아닌 담보 있는 대출을 하는 것이 중앙은행 원칙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가 지난 4일 가동을 시작한 가운데 한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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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 만한 타당성이 필요하고 투입한 돈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원칙 2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국가 자원을 배분할 권한은 없다”며 “한은법상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보면 아무래도 출자보다 대출이 부합한다”면서도 “출자 방식을 100%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타당성이 있으면 그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손실 최소화 방식으로 2009년 운영된 자본확충펀드를 예로 들었다. 이 펀드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고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을 다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당시 한은은 산업은행에 3조 3000억원을 대출했고 산은이 이 자금을 펀드에 다시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펀드가 조성됐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돼 은행들의 자본조달이 원활해지자 한은이 대출금을 회수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란 표현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 기업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적절한 표현은 국책은행 자본확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구조조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며 한은은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6-05-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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