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자금이탈 가속화 우려 vs 경기개선 자신감 오히려 긍정적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에 미국 중앙은행의 3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옐런 의장은 3일 시카고 경영자클럽 오찬행사에서 “올해는 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리인상이 이달부터 이뤄진다는 게 시장에선 예상보다 더 앞당겨졌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인상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흥시장에서 미국으로 자금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번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 개선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오히려 국내 증시 등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시장에선 연준이 5월이나 6월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연내 2~3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3월 인상설이 부상했고 최대 4~5차례까지 올릴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외국인 수급이 악화할 우려도 크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시장에 좋은 뉴스는 아니다”며 “예상과 다른 흐름이 전개되면서 시장도 그만큼 다시 눈높이를 맞춰야 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0.50~0.75%, 한국은 1.25%인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금리 역전 현상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경우 1천300조원의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 개선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 있어 오히려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침체 국면에서 단행된다면 우려가 크겠지만, 지금은 경기개선 과정에 있고 기업들의 실적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을 신흥국 시장이 스트레스로 받아들일지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경기 개선 과정에서의 금리인상은 유동성 축소 우려보다는 경기개선 자신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연내 세 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며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나 FOMC에서 금리결정 발표가 나오면 그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하는 긍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선진국의 유동성 증가가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금리인상이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신흥국에서 미국으로의 자금이동을 우려할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은 주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침체 국면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국면에서는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오히려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이 금융 및 소재, 산업재, 정보기술(IT) 등의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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