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닭·오리서 ‘순환 감염’… AI 상시감염국 되나

살아 있는 닭·오리서 ‘순환 감염’… AI 상시감염국 되나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7-06-04 23:10
수정 2017-06-0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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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두달 만에 동시다발 재발 파장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난 4월 4일 이후 두 달 만에 국내에 재발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난겨울 전국에 확산했던 H5N8형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발현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AI가 발생하는 ‘상시 감염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방역 당국이 대규모 밀식사육을 하는 산란계와 육계, 오리농장의 방역에만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사육 규모가 작은 토종닭 농가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발생지역 차량·사람 출입금지
AI 발생지역 차량·사람 출입금지 4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경기 파주시 법원읍 갈곡리에서 경기도방역본부 소속 가축방역사들이 방역복과 마스크로 온몸을 무장한 채 차량과 사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AI가 여름에 발생하는 것은 비교적 드물다. 국내에 AI 바이러스를 유입시키는 주원인인 겨울 철새가 늦어도 5월이면 한반도 위로 북상하고 AI 바이러스가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에는 생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도 여름 감기에 걸리듯이 여름철에도 AI가 전염될 수 있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6월에 AI가 발생한 것은 2014년 강원 횡성과 대구 달성의 거위 농장 사례 이후 3년 만이다.

방역 당국은 살아 있는 닭과 오리 등에 AI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가 다른 개체를 감염시키는 이른바 ‘순환 감염’을 AI 재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4일 “AI 발생 농장주가 최근 중국, 동남아 등 AI 발생 국가를 여행한 기록이 없고 야생 조류와의 접촉도 없어 새로 국내에 유입된 바이러스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비교적 긴 H5N8형 바이러스가 가금류 사이에 옮겨다니는 순환 감염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계속 순환한다면 우리나라는 AI 상시 감염국으로 분류된다. 보통 AI가 3개월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지만 산발적으로 AI 발생 사례가 이어진다면 종식 선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농장 중심으로 짜인 방역 체계의 미비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에 AI가 재발한 농장은 사육 규모가 최대 2만 마리를 넘지 않는다. 또 최초 의심신고가 들어온 제주는 지난겨울 AI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어서 경계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원인 발생 농장으로 추정되는 전북 군산의 오골계 종계농장은 보름마다 한 번씩 오골계를 부화시켜 30일간 키운 뒤 한 달에 두 차례 전국의 소규모 토종닭 농가와 교외의 백숙식당 등을 찾아다니며 살아 있는 오골계를 공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농장에서 지난달 중순쯤 수십 마리의 닭이 폐사했지만 민간 수의사가 AI와 증상이 유사한 감보로병, 콕시듐증 등 일반 가금질병으로 진단했다고 방역 당국은 전했다. 이에 따라 전국 소규모 농가에 AI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농장주의 차량에 위치추적기(GPS)가 달려 있어 지난달 20일 이후 이동경로를 분석해 AI 전염 가능성이 있는 농장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재발한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여름 날씨가 AI가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고 토종닭 농장이나 가든형 식당은 대부분 외따로 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산 농장의 경우 반경 500m 이내에 가금 농장이 한 곳도 없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6-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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