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2019.6.7 삼성중공업 제공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삼성중공업이 7500만 달러(한화 약 890억원)의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기소유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뇌물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 대신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날 심리에서 조너선 로벨 검사는 삼성중공업의 미국 내 직원들이 시추선 인도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뇌물 공여를 공모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07년 미국 선주 회사와 6억 3000만 달러(한화 약 7420억원)를 받고 시추선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의 미국 내 직원들이 중개수수료 2000만 달러 중 일부를 선박 이용사인 브라질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 임원에게 뇌물로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중공업은 이 사건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소송을 당했다.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시추선을 인도받은 선사 엔스코(당시 프라이드)는 삼성중공업이 시추선 인도계약의 중개료를 부정하게 사용한 결과 페트로브라스와 비싼 값에 용선계약을 체결하게 됐고 이후 용선계약도 종료됐다고 주장하며 영국에서 중재소송을 냈다.
또 페트로브라스의 미국 내 관계사 페트로브라스 아메리카는 미국에서 삼성중공업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영국 중재재판부는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인정해 1억 8000만 달러(한화 약 2200억원)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영국 법원의 배상 명령에 항소했으며 법원이 이를 기각할지 인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로벨 검사는 삼성중공업이 벌금의 절반을 미 재무부에, 나머지 절반을 브라질 정부에 각각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브라질 정부에 벌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 정부에 전액 귀속된다.
삼성중공업은 “미 법무부는 삼성중공업의 성실한 조사 협조와 부정방지 정책·준법 프로그램 운영 등 노력을 참작해 기소유예 합의를 결정했고 3년 유예기간 내 합의가 준수되면 기소 없이 종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미 법무부와의 합의에 대비해 이미 올해 3분기 실적에 900억원을 충당부채로 설정했다고 지난 8일 공시한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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