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잔고 132억 찾아 이전…휴면계좌 유지비 털어 일석이조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 인포)가 시행된 지 2주 만에 잠자던 돈 132억원을 고객들이 찾아갔습니다. 지난 9일부터 시행된 이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자신의 은행 계좌 내역을 한눈에 보고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숨은 통장’(잔고 30만원 이하)을 찾아내 클릭 몇 번만으로 손쉽게 해지하거나 이전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180만여명이 접속해 192만여건의 계좌를 해지하거나 변경했다고 합니다.
은행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1년간 거래가 전혀 없는 ‘휴면 계좌’에 쌓인 잔고는 현재 14조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객들이 찾아간 돈은 빙산의 일각인 것이지요. 내년 4월에 50만원까지 잔고 이전이 확대되면 계좌 이동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고객들과 잔고를 자기 은행 앞으로 끌어오려는 전략이지요. 일부 은행들이 볼썽사나운 과당 경쟁까지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에 포인트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돈을 찾아 주고 자연스럽게 은행 모바일 앱을 활성화시키려는 전략도 숨어 있습니다.
계좌 유지 관리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이 내년 3월부터 거래 잔액 1000만원 이하의 신규 고객에게는 3000~5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겠다고 해 쟁점이 되고 있는데요. 계좌 한 건당 원가를 산출할 수는 없지만 잠자는 계좌 수가 1억 300만개로 전체 계좌의 45% 수준임을 감안하면 관리 비용도 만만찮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계좌이동 서비스를 처음 시행한 이후 1000만건 가까이 고객들의 거래 계좌가 움직였습니다. 이번에도 은행들이 집토끼를 얼마나 사수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12-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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