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뿔’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별 볼 일 없이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개뿔도 모른다’, ‘개뿔도 없다’처럼 좋게 쓰일 일이 좀체 없어 싸움판 아니면 별로 들을 일이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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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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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사회부 기자
지난 5일 오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후원금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건 기자에게 서울중앙지검 공상훈 2차장검사는 “개뿔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영등포경찰서로 이첩한 정치후원금 수사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당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더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저녁 무렵, 다시 전화를 걸자 발언의 수위가 더 올라갔다. “나하고 (기자가) 스무살 이상 차이 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굉장히 더럽다.”고 말했다. 차장검사가 공보 담당이라는 사실조차 잊었는지 “내가 왜 (전화) 응대를 해야 하나. 전화를 받을 의무가 없다.”면서 다시 한번 전화를 내던지듯 끊었다.
물론 기자의 취재가 불편할 수 있다.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러면 말로 설명하면 된다. 취재기자에게 ‘개뿔도 모른다’거나 ‘더럽다’고 모욕하고, 아랫사람 대하듯 안하무인처럼 말하는 것은 그가 직위에 어울리는 인격을 수양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런 품격의 결함이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검찰업무 처리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취재기자에게 ‘개뿔’을 거론하고, 나이차를 들먹이며 “더럽다”는 검사, 그의 성정이 과연 국가 권력을 위임받은 고위 공직자의 인식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런 막말이 특권의식 때문인지, 개인의 인격 문제인지 알 도리는 없다. 올초 막말 검사 논란이 불거질 당시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단순 신고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이번에도 같은 변명을 댈지, 아니면 또 막말을 퍼부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0-1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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