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 도발로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 이번 도발은 과거와는 몇 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래 북한 정권에 의한 무수한 도발이 있어왔지만, 북한 ‘정규군’이 ‘공개적’으로 우리 ‘영토’를 향해 ‘직접 공격’을 감행해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을 무차별로 살상한 것은 처음이다. 그 호전성과 무모함에서 과거와는 양상이 크게 다른 군사도발이다.
이미지 확대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 한반도는 급변하는 안보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국가정보국장에 지명된 제임스 클래퍼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말한 뼈있는 한마디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천안함 사태를 거론하면서 “한반도는 북한이 남한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대내·대외적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새로운 위험한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 정권이 연평 도발을 통해서 노리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이다. 대내적으로 권력승계 과정에서 야기되는 내부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서 남한을 외부의 적으로 삼고 대결을 조장하는 것이다. 내부의 불만을 남한을 향해 분출하는 구도를 조성하고, 사실상의 전쟁분위기 속에서 권력이양을 진행하겠다는 의도이다. 천안함 사태를 통해 이미 이런 방향이 정립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연평 도발의 더 큰 목적은 대남협박용이다. 민간인 공격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북한정권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시켜 우리 국민과 정부의 기를 꺾고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남한 내 좌익세력을 믿고 6·25 남침을 감행했듯이,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진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은 북한의 연평 도발을 부추긴 큰 요인이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둘러싼 우리 내부의 논란은 적어도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추가 도발을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만든 요소임이 분명하다. 북한이 공격지점을 백령도에서 연평도로, 그 대상을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확대하면서 마치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죄어오는 느낌이다.
북한 정권은 연평 도발을 통해 우리에게 ‘비굴한 굴종의 평화’와 ‘우리의 존엄을 지키는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다 들어주면서 ‘평화’라는 이름 아래 퍼주고 끌려다니며 살 것인지, 아니면 전쟁의 위협을 일치단결해서 극복하고 나라의 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하면서 수많은 우리 동포를 사지에 몰아넣은 북한 정권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서서 국가안보와 국력 신장에 매진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나라의 존엄과 격을 지키고, 국민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면서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평화통일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이자 민족적 소명이다.
우리 사회는 북한 정권의 처절할 정도로 집요한 대남 적대전략의 실체를 간과한 채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다. 이제는 옷깃을 여미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북한문제로 국력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남남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주적논쟁도 끝내야 한다. 대낮에 무차별 포격으로 우리 국민을 살상하는 북한군이 주적이 아니면 누가 우리의 주적이란 말인가?
자유와 평화는 지키려는 의지를 갖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 바로 “평화는 돈을 주고서라도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평화를 사겠다고 준 돈이 부메랑이 되어 핵과 잠수함 그리고 해안포와 곡사포로 되돌아 온 것이 아닌가? 역사의 진실은 “평화는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없다.”고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2010-11-2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