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실험용 쥐 대신 정치인들을 쓸까 생각 중이라고 한다. 이유인즉, 널린 것이 정치인인 데다가 그들이 어찌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TED2010’ 강연에서 한 말이다. 살신성인 수준의 개그라고 해야 할까? 4·27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 우스갯소리를 떠올리자니 우습지만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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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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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영 협성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1998년 이후, 2002년 한해만 빼고 해마다 2~3회의 재·보궐 선거를 우리는 치렀다. 이번 4·27 재·보선은 총 38개 선거구(국회의원 3, 광역단체장 1, 기초단체장 6, 광역의원 5, 기초의원 23)에서 치러진다. 2007년 4·25 재·보선 때의 56곳에 비하면 적지만, 여전히 혈세가 아깝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재·보궐 선거는 아닌 것 같다. 폐해 가운데 으뜸은 무엇보다 돈 낭비다.
민선 4기 선거 후 2009년까지 모두 6차례의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서 기초단체장 35명, 광역의원 57명, 기초의원 92명을 다시 뽑는 데 총 425억여원의 시민 혈세를 날렸다고 한다. 이번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는 단일선거구로는 역대 최대인 113억여원이 든다고 한다. 강원도 11개군 평균 한해 예산규모가 2010년 일반회계 기준으로 2000억원을 약간 상회하고, 강원도 군 평균 지방세 수입 규모가 145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비용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그뿐인가? 국회의원 3곳의 보궐선거에 총 36억여원,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가 되어 공석이 된 기초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 등 24곳에 110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위법·비리 등으로 물러나는 선거구 한곳당 수억 내지 100억원이 넘는 돈을 시민 주머니를 털어 뒷수습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다.
걸핏하면 원인자 부담 논리를 내세워 시민들에게 공공서비스 비용을 부담 지우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공직을 깁고 때우는 일에까지 시민 혈세를 이용한다면,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전언처럼 정치가 추잡한 사람들을 위한 속물산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재·보궐 선거를 하게 만든 정치인들의 위법과 비리는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기도 하다. 민선자치 16년째지만 투표율은 50%를 넘지 못한다. 지난 5년간 재·보선 평균 투표율도 32% 수준이다. 전체 유권자 10%의 표만 얻고도 당선될 수 있다. 이게 무슨 참여민주주의이고 민선자치인가. 이러니 기초의원제도를 폐지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재·보선 비용 전부를 원인 제공자인 당사자와 소속 정당에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재·보궐 선거 비용의 1%와 10%를 각각 원인 제공자와 소속 정당이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나머지 89%는 잘못 찍은 죄로 유권자가 돈을 내라는 것인데, 현행 제도보다는 좀 낫지만 그건 몇푼 내고 면죄부 주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하면 2007년 경북 청도군처럼 뽑는 군수마다 비리로 물러나 군수선거를 세번씩이나 하는 일이 또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유권자를 속인 당사자와 소속 정당이 100% 부담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2011-04-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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