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진짜 물려받아야 할 유산/유대근 국제부 기자

[지금&여기] 진짜 물려받아야 할 유산/유대근 국제부 기자

입력 2012-02-04 00:00
수정 2012-02-04 00: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쉰네 살의 미국인 피터. 네브래스카 오마하 출신으로 이름난 작곡가다. 방송사 로고송과 코카콜라 광고음악을 만들고, 영화 ‘늑대와 춤을’ 사운드트랙 제작에 참여하는 사이 명성이 곰비임비 쌓였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자서전 ‘너 자신이 하라’(做?自己)를 출간, 명성을 이어갔다.

이미지 확대
유대근 국제부 기자
유대근 국제부 기자
피터의 이름 앞에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붙는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82) 버크셔 해서웨어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버핏은 2006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천 중이다. 세 자녀가 토를 달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아버지 버핏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장녀 수전(59)은 abc방송에 출연, “낡은 주방을 넓히려고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려다가 ‘멀쩡한 주방을 왜 고치느냐’는 타박만 들었다.”고 회고했다.

버핏의 아들, 딸이 불평하지 않은 것은 돈보다 값진 ‘진짜 유산’을 이미 물려받았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른다. ‘기업가정신’이다. 이 가치의 고갱이는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공격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도전정신 등일 테다. 피터는 자신의 꿈을 좇으려 명문 스탠퍼드대를 중퇴했다. 그의 형 하워드도 대학을 그만두고 농사일을 시작했다. 집안에 기대지 않고 새 분야를 개척해온 이들은 기업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넓은 의미의 기업가정신을 잘 실천하고 있다.

한국 재벌가 손녀들의 빵집이 입길에 올랐다. 정치권의 압력 등에 떠밀려 속속 시장 철수를 선언한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억울해할 만하다. 재벌가의 고급 제과점이 영세 골목 빵집 매출에 큰 타격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다만, 핵심을 비켜갔다. 정서의 문제다. 대기업들이 새 분야에 도전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성장을 도와야 할 판에 ‘기업가정신’은 잃고 소상공인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느냐는 분노다. 재벌 1세대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으로 국부를 키웠다.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아야 할 것은 경영권만이 아닌 듯하다. 가뜩이나 ‘1%’를 바라보는 ‘99%’의 시선이 사나운 때다.

dynamic@seoul.co.kr

2012-02-04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