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의료계의 ‘액자법’ 논란/명희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의료계의 ‘액자법’ 논란/명희진 사회부 기자

입력 2012-05-24 00:00
수정 2012-05-24 00:1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명희진 사회부 기자
명희진 사회부 기자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 의사는 환자가 알기 쉽게 미리 병에 대해 설명하고 치료에 대한 동의를 환자에게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병원 진료의 기본 원칙이다. 여기에는 의사와 환자가 수평적 파트너라는 의미도 함축돼 있다. 그런데 의사들의 생각은 다른 듯싶다. 마치 스스로를 환자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 같다.

최근 의료계에 때아닌 ‘액자’ 논란이 일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비롯됐다. 법대로라면 8월부터 전국의 모든 병원은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액자를 병원 내에 걸어야 한다. 한 달 안에 액자를 달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의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액자법은 상식”이라고 맞서고 있다. 액자로 게시해야 할 내용은 의료인은 물론 환자들도 모두 알고 있는데 굳이 액자로 만들어 내걸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복지부 홈페이지에는 “전시행정”이라거나 “진료 의지를 꺾는다.”는 등의 항의글 수백건이 꼬리를 물고 올랐다. 액자법이 의사 체면을 구긴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액자법 이전에 의사들의 권위적 행태에 머리를 내흔드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연한 조치를 두고 의사들이 자존심을 앞세워 분란을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민은 “환자의 권리를 명시한 액자가 그렇게 문제가 될까.”라며 “내용이 상식적이라면 그게 왜 의사들의 권위나 체면을 깎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사의 권위보다 환자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것도 상식이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의사들이 ‘상식’을 말해도 시민들이 냉담한 게 아닐까. 상식이라고 말하기 전에 환자를 위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건 또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의사들은 진료 현장에 처음 나설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며 소명의식을 다진다. 맥락을 따지면 액자에 담길 내용도 이 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의사들에게 새삼스럽게 그 ‘초심’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mhj46@seoul.co.kr

2012-05-24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