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옥 경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그러나 우리 일반 국민들의 관심 속에 연평도 사건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불과 700여일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700여년 전에 벌어진 역사 속의 한 장면처럼 무덤덤하고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속되어 왔던 북한의 무력도발과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세를 돌이켜본다면, 이는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현상이다.
지난 1983년 10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정부각료들이 해외순방 길에 들른 미얀마(버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각료 4명을 포함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가공할 폭탄테러에 대해서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11월 미얀마 인근 해상에서 KAL 858기를 폭파시켜 무고한 우리나라의 중동 근로자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이 사건들의 전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당시 북한 측으로부터 KAL기 폭파 임무를 맡고 파견된 김현희 자신이 모든 범행과정에 대해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가짜설 및 사건 자체와 배후에 대한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일각의 시각은 괴이하고 어이없을 따름이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 도발 협박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록 실패로 결론지어지긴 했지만 지난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는가 하면, ‘최고 존엄을 모독한 역적패당 이명박 정권을 처단하자’는 구호를 넘어 한때 구체적인 정부기관, 언론사들까지 거론하면서 “남은 것은 행동뿐”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안보 불안에 대해 언급하면 과거 주입식 반공사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단순무식한 사람, 혹은 침소봉대(針小棒大)를 즐기는 과민한 사람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2년 전 연평도 불법포격을 경험하고도 눈앞의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북한의 협박에 대해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무심하고 여유롭다. 안보불감증을 넘어 안보 마비 상태가 아닌가 우려될 정도인 것이다.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일치단결해 국민통합을 이끌어야 할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또한 어떠한가? 북한이 우리 코앞에서 협박과 무력 대남도발 선포를 이어가고 있는데, 국가를 이끌어 가는 정치지도자들이 일심단결해 한목소리로 강력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발생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논란을 들 수 있다.
현재 NLL과 관련된 의혹과 논란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비공개 대화를 통해 NLL이 무효임을 인정했는가 여부가 관건이다. 만일 현재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안보적 문제는 치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NLL을 무시하는 도발을 상습적으로 일삼아 온 북한군이다. 만일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NLL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전환한다면,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북한이 이를 이용해 무슨 일을 벌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연평도 사건 2주년을 맞이해 북한의 대남도발의 의미와 실체를 더욱 알리고,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2-11-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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