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당신은 얼마나 이해하고 투자하십니까?/김진아 경제부 기자

[지금&여기] 당신은 얼마나 이해하고 투자하십니까?/김진아 경제부 기자

입력 2013-10-12 00:00
수정 201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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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에서 경제부로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제도가 나올 때마다 기사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지인들은 금융 담당 기자니까 남들보다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어디에다 투자하면 좋을지 물어보곤 한다. 그런 것은 없다. 은행원 친구에게 상품이나 재테크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타박만 듣는다. 경제부 기자가 그런 것도 몰랐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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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사회부 기자
김진아 사회부 기자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직업이기도 하거니와 금융 용어도, 제도도 어렵기 때문에 두 줄짜리 금융상품 기사를 쓸 때도 담당자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거나 용어를 사전에서 찾아 이해한 다음 기사를 쓴다. 쉬는 날이면 경제 분야 책을 꼭 읽는다. 기자가 이해해서 기사를 써야 독자도 그것을 읽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이처럼 일반인은 물론이고 기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보험상품 하나를 가입할 때도 보장이 안 되는 여러 상황이 있다는 예외 조항과, 이때 보험금은 얼마가 지급되는지 등 보험상품 약관을 세세하게 이해하고 숙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자와 일본어투 표현으로 가득한 금융상품 약관을 볼 때마다 고객들의 머리는 몽롱해진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상품 약관을 쉽게 고치고 금융 용어 개선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동양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했다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민원을 넣고 집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동양그룹이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노후자금 등을 날렸다며 울분을 터뜨린다. 한편으로는 CP와 회사채에 수천만원씩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개미 투자자일 수 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CP와 회사채의 투자 방식과 위험성, 예전부터 위태로웠던 동양그룹의 재무제표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믿을 것은 투자를 권유했던 판매 직원들의 “안전하니 염려 말고 투자하세요”라는 말뿐이었을 것이다.

수익성을 보고 투자한 것인 만큼 스스로 선택한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위태로운 회사 사정을 숨기고 CP를 발행해 개인들에게 팔았던 동양그룹 경영진, 그리고 CP 발행의 문제점을 알았음에도 방치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훨씬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jin@seoul.co.kr

2013-10-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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