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발감개도 있었네

[말빛 발견] 발감개도 있었네

이경우 기자
입력 2016-08-17 22:54
수정 2016-08-1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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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은 순우리말 같은 느낌을 준다. 어감이 딱딱하지 않고 친근하게 여겨져서일 수 있겠다. 그러나 양말은 서양을 뜻하는 한자어 ‘양’과 버선을 가리키는 ‘말’이 합해져 만들어졌다. 풀이하면 ‘서양 버선’인 셈이다. 양궁이나 양배추, 양복처럼 ‘양버선’이라 하지 않고, 한자어 ‘말’에 ‘양’을 붙인 이유는 같은 한자어끼리 합치는 게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이후 우리는 버선 대신 빠르게 양말을 신기 시작했다. 양말은 짧은 기간에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버선은 만드는 데도 손이 많이 갔지만, 신고 벗기도 불편했다. 양말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 냈고 모든 면에서 버선보다 편리했다.

버선 이전 혹은 버선과 같은 시기에 양말 대신 사용된 건 ‘발감개’다. 발감개는 발에 감는 것이었다. 주로 좁고 긴 무명천으로 만들었다. 먼 길을 걸으려면 양말처럼 반드시 필요한 생활용품이었다. 발감개는 달리 ‘감발’이라고도 한다. 발에 신는 ‘신발’이 이 ‘감발’과 ‘짚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신발하다’라는 단어가 있는 걸 보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신발하다’는 ‘짚신을 신고 발감개로 발을 감는다’는 뜻이다. 학계에서는 ‘신발’이 단순히 ‘신’과 ‘발’이 결합한 형태로 본다.

‘발감개’ 바로 옆에 ‘발싸개’가 있다. 비교적 낯익은 말이다. 종이로 된 것도, 헝겊으로 된 것도 있다. 발싸개가 발과 약간 거리를 둔다면, 발감개는 조금 밀착된다는 느낌을 준다. 발감개의 ‘감’이 ‘감다’의 ‘감’이어서 그렇겠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08-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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