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땡삐, 독하다 강하다 질기다

[말빛 발견] 땡삐, 독하다 강하다 질기다

이경우 기자
입력 2016-09-07 22:28
수정 2016-09-07 23: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말벌’의 ‘말’에는 ‘큰’이라는 의미가 있다. ‘말벌’은 이름으로도 크기가 크다는 것을 알려 준다. 우리나라 매미 중에서도 가장 큰 매미에는 ‘말매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살갗에 흰 점이 둥글게 생기는 ‘말버짐’의 ‘말’도 같은 뜻으로 덧붙여졌다. ‘말개미’도 덩치가 큰 ‘왕개미’를 일상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말벌은 독성도 강해 이름을 크게 날리고 있다. 잘못 쏘이면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가을로 접어들기 전 말벌은 더욱 위협적이어서 ‘말벌 주의보’까지 발령될 지경이다. 숲속 등 야외에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데 요즘은 도심으로까지 진출해 왕성한 활동량과 공격성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피해만 주는 곤충은 아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를 잡아먹어 이로움을 주기도 한다.

말벌 못지않은 주의가 필요한 게 ‘땅벌’이다. 땅벌은 땅속에 집을 짓고 산다. 그렇다 보니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 검은색 몸에 노란색 선이 있다. 말벌보다 작지만 한꺼번에 몇십 마리씩 달려드는 특성이 있다. 그것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벌침을 쏴 댄다. ‘땅벌’은 무조건 피하고 봐야 하는 벌이 됐다. 독한 벌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이 때문인지 땅벌은 강원, 경상, 충북 등에서는 ‘땡삐’라는 이름을 얻었다. 강원 지역에서는 또 ‘땡벌’로도 불린다. 모두 ‘땅벌’보다 더 독하고 강하다는 느낌을 전한다. ‘땡’이 그런 구실을 한다. ‘땡감’은 덜 익어서 맛이 아주 떫은 감이고, ‘땡고추’는 아주 매운 고추, ‘땡볕’은 아플 정도로 따갑게 내리쬐는 볕이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09-0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