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동사가 된 ‘잘생기다’/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동사가 된 ‘잘생기다’/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12-20 22:20
수정 2017-12-2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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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지난 4일 국립국어원은 ‘잘생기다’가 ‘동사’라고 발표했다. 더 정확히는 최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변경된 내용을 안내했다. 그 가운데 ‘잘생기다’가 ‘동사’로 바뀐 사실이 들어 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독자들은 평범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뜨겁게 반응했다. 오랫동안 ‘형용사’였고, 아무리 살펴도 형용사인데, 동사라고 하니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민간 출판사의 국어사전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국가가 편찬한 것이어서 더 권위가 있었고, 기준이 돼 왔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 찍는 데도 신중했다. 표준사전의 독자들이 ‘국민’이기 때문이었다. 독자들은 국민의 자격으로 사전을 ‘감시’도 했다.

열흘쯤 뒤 국어원은 알림 글을 다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잘생기다’는 형용사 ‘착하다’와 성질이 다르다. 기본형이 현재형으로 쓰이지 않는다. ‘착하다’는 어미 ‘-었’이 결합하면, 과거가 되는 ‘착했다’가 된다. 형용사는 ‘-었’이 들어가면 ‘과거’를 뜻한다. ‘-었’이 결합한 ‘잘생겼다’는 형용사처럼 ‘과거’를 나타내지 않는다. 동사 ‘늙다’에 ‘-었’이 결합한 ‘늙었다’같이 현재를 나타낸다. 동사 ‘잘생기다’는 그동안 축적된 국어학계의 논의 결과라고 했다. ‘낡다, 못나다, 못생기다, 잘나다’도 ‘잘생기다’처럼 같은 날 동사 자리로 옮겨 갔다. 자리를 옮겨 간 말들은 새말처럼 여전히 익숙지 않다.

2017-12-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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