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항구/황인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항구/황인찬

입력 2017-12-01 17:50
수정 2017-12-0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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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황인찬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말한 건 헤어진 사람
밖으로 나가니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 평원이 있었다


거기서 죽은 물새 떼를 보았다 죽은 군함도 보았다
그렇구나, 이건 내 꿈이구나


나는 깨달았지만
여전히 끝이 없는 얼음 평원이 있었다


나는 죽지도 않고
거기서 오래 살았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죽은 바다가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헤어지지 않는 사람
바위게 한 마리가 발등을 물었다


당신과 헤어진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뒤늦게 깨닫고 후회를 씹었다. 밖으로 나가자. 밖으로 나가자. 더러는 당신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울려 왔다. 적산가옥 몇 채만 남은 쇠락한 항구에는 실연한 남자가 한둘 쯤 살아간다. 죽지도 않고 오래 사는 실연자라니. 실연자는 말을 잃었다. 그의 눈에 비친 바다는 얼어 온통 얼음 평원이다. 죽은 물새 떼, 죽은 군함, 손에 들린 것도 죽은 바다. 사랑이 끝나면 모든 게 죽는다. 그렇건만 산 자는 실연 뒤에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법. 그렇건만 실연은 그걸 견디는 자의 가슴에 통증을 남기는 시련이자 상처일 테다.

장석주 시인
2017-12-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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