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달, 너의 뺨 / 이기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달, 너의 뺨 / 이기린

입력 2022-09-08 18:04
수정 2022-09-0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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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생 젊은 작가는 ‘어른 아이’를 주제로 한 소년 소녀의 모습을그린다. 자연 속 제각기 성장통을 가진 ‘어른 아이’가 서툴지만 조금씩 성장한다. 10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애프터눈.
1990년생 젊은 작가는 ‘어른 아이’를 주제로 한 소년 소녀의 모습을그린다. 자연 속 제각기 성장통을 가진 ‘어른 아이’가 서툴지만 조금씩 성장한다. 10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애프터눈.
달, 너의 뺨/이기린

막 한술 뜨는 밥상 앞이겠지

숟가락만 입속에 들여 놓고

지난 말을 한마디씩 되감고 있겠지

저녁 유리창을 새벽까지 데려가는

눈빛이 되는 중이야

너는 말을 아끼는군

혼잣말의 울림이 귓바퀴를 돌고 있을 뿐

결코 말하지 않을 태세군

붉자마자 새파랗게 얼어버린 밤

내일이면 늘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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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팔월이 되면 자꾸만 하늘을 보게 된다. 어느 날 손톱달이 생겨나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추석’을 향해 귀향하는 달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씨족들을 밥상 앞에 둘러앉게 하는 달. 바람은 차차 서늘해져서 어떤 늪을 벗어난 듯 이제 살 만해졌다고 느끼게 한다. 달이 다 찬 보름 즈음 모처럼 맛난 음식을 앞에 놓고 ‘막 한술 떠’서 ‘숟가락만 입속에 들여놓고’ 더는 움직이지 않는 표정이 생긴다. 그 표정은 번져 간다. 하늘의 달빛은 ‘지난 말을 한마디씩 되감고’ 있는 ‘뺨’이고 회한에 잠들 수 없는 마음을 ‘새벽까지 데려가는 눈빛’이다. 현실에는 없고 가슴속에서만 웅얼대는 목소리들이다. 백남준이 그랬다던가? 동양인에게 달은 텔레비전이었다고. 여러모로 우리들은 ‘달 아래’ 족속이다. 가을이면 달은 젖은 눈 안에도 가득히 떠 있곤 한다.

장석남 시인
2022-09-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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