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전화 제조사와 손잡고 개방형 토종 운영체제(OS)를 3년 안에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엊그제 “기업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OS를 만들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월드베스트 소프트웨어(WBS) 3차 프로젝트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독자적인 OS 개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등 격변의 시절임에 비춰 보면, 독자적인 OS 개발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 그러나 김 실장의 발언은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정보기술(IT) 분야의 편의 제공 차원이라면 몰라도 스마트폰 OS를 콩 볶아 먹듯 뚝딱 개발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삼성이 ‘바다OS’를 개발해 놓고도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는가. 안드로이드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시장에서 통하는 OS 개발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권이 두세번은 바뀌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국제통상 차원의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OS를 개발한 게 아니다. 정부가 지원이든, 공동개발이든 하겠다고 했으면 오히려 드러내지 말았어야 했다. 정부 주도로 기업들과 회의를 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2~3년 안에 시장에서 통할 토종 OS를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과욕이다.

정부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IT 분야를 외면하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지부터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구글도 그렇고, 애플도 그렇고 당시에는 ‘미친’ 두세명이 일을 저지른 것 아닌가. 몇년 하다 밥벌이 안돼 취직하고,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게 우리의 IT 현실이다. 5~10년 뒤 한국에서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일이다. ‘IT 코리아’는 공허한 구호로는 결코 지켜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