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턴사원들 등친 교보증권의 고약한 행태

[사설] 인턴사원들 등친 교보증권의 고약한 행태

입력 2012-06-29 00:00
수정 201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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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이 아주 고약한 방식으로 사원을 채용하다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영업사원을 인턴(실습사원)으로 뽑아 투자금 유치 실적을 사원 채용의 잣대로 삼았다. 청년실업으로 취업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인턴들은 죽기 살기로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주식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주식거래를 자주 하게 했다. 인턴의 고혈까지 빼먹은 것이다.

교보증권의 비뚤어진 사원 채용 행태는 악덕 기업, 파렴치 기업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교보는 지난해 두 차례 선발한 112명의 인턴들이 3529개의 증권계좌에 2689억원의 주식 투자대금을 끌어왔으며, 이 가운데 42%인 47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영업실적을 평가해 50%를 채용점수에 반영한다고 했으니 인턴들은 가족, 친인척 등을 끌어들여 실적을 올렸다. 경험이 없는 인턴에게 돈을 맡길 투자자는 주변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차 인턴 52명에서 뽑은 정식직원 31명 가운데 28명이 영업실적 우수자였으니 회사 측은 약속(?)은 충실히 지킨 셈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아닌 회사를 위해 주식을 사고 팔다 보니 인턴들이 개설한 계좌에선 1인당 5000만원 꼴인 50여억원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인턴들은 손실액을 변상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일은 영업실적 1위자가 손실보전 등의 문제로 채용되지 않자 외부에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됐으니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비열한 기업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사원 채용 행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자녀들은 취업에서 배제된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원 채용 실태를 조사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달 건물 외벽에 주옥 같은 시를 게재, 서민들의 고단함을 감성적으로 달래준 대기업의 계열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2012-06-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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