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경 대응 비웃듯 유통되는 디지털 성착취물

[사설] 강경 대응 비웃듯 유통되는 디지털 성착취물

입력 2020-04-26 22:20
수정 2020-04-2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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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해져 대대적인 수사와 단속이 진행되고 재발 방지책 등이 발표됐지만 디지털 성범죄물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해외 유명 검색사이트에서 간단한 성인 인증 후 ‘몰카’ 등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불법 촬영물이나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 등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불법 촬영된 동영상, 평범한 주변사람들의 사진을 성적인 목적으로 합성한 ‘능욕’ 사진 등은 도리어 사회적 강경 대응을 비웃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해도 ‘텀블러’(Tumblr)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매자를 모집한 뒤 성착취 영상물 등을 판매한 혐의로 20대 남성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20만원대의 입장료를 받는 유료대화방을 운영하며 20여명에게 불법 영상물을 판매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텀블러는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악성 사이트’이지만, 여전히 자극적인 첫 화면으로 용이한 접근성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 야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텀블러는 2018년에도 성인물 콘텐츠를 금지하겠다고 공표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는 ‘n번방’ 사건으로 국무조정실과 교육부 등 9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종합대책은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발표된 것이지만, 궁극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반짝 대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우선 이 단속과 수사가 장기적 과제임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고, 그에 맞는 수행 계획과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기술 진보에 따른 대응 기술 개발에도 적극 투자해야 늘 미래형 범죄를 뒤쫓는 뒷북치기식 대응을 면할 수 있다. 나아가 다국적 기업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 내는 일에도 노력을 그치지 말아야 한다.

2020-04-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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