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어떤 인도인은 이렇게 말했다. 강대국 미국은 코카콜라와 IBM을 수출하지만 제3세계 인도는 구원과 평화를 수출한다고…. 물질적 잣대로만 매겨진 가난한 제3세계의 이미지를 부정하고 인도문명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기발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적 슈퍼파워로 부상하는 인도는 또다시 물질이 아닌 무형의 수출품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수많은 다국적 기업, 특히 21세기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최고경영자의 기술과 경영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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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인도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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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인도문화연구원장
얼마 전 세계 최대의 테크놀로지기업 구글의 최고경영자에 43세의 인도인 엔지니어 순다르 피차이가 임명되면서 이런 경향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앞서 인도인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에 올랐으니 인도인이 세계적인 IT업계 양대 산맥의 최고봉을 차지한 셈이다. 이러한 ‘사건’을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순 없다. 더구나 작년 인도인들이 아도베시스템과 핀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IT 기업 노키아의 최고경영자에도 오른 터라 기술자를 꿈꾸는 인도의 젊은이들이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덕분에 글로벌테크노 세상에서 두각을 보이는 자국민 출신에 대한 인도인의 자긍심은 더없이 높아졌다. 그들의 기쁨은 모든 인도인의 기쁨이다. 피차이의 승진 소식을 들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가장 먼저 피차이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모디 총리는 오는 9월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문할 때 피차이와 MS의 나델라를 만날 예정이다. 사실 세계 테크놀로지의 허브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야말로 능력과 꿈을 가진 인도인 기술자들의 진출로 큰 수혜를 본 곳이다. 미국의회가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정도로….
그렇다면 인도인들이 변화무쌍한 글로벌 IT 기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한두 가지로 답할 순 없다. 대체로 영어에 능통하고 겸손하며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 공통으로 짚이는 그들의 덕목이다. 영국 한 대학의 연구조사를 보면, 인도인 경영자들은 개인적으론 겸손하지만 전문적인 것엔 의지가 강하다. 이 역설적 조합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피차이나 나델라는 모두 인도에서 나서 자라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 미국으로 갔다. 인도 과학기술 교육의 수준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사와 문화를 공부한 내가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건 글로벌 세상에서 살아남는 인도인의 생존능력이다. 그들은 언어와 종교, 문화와 인종 등 모든 것이 복수인 세상, 즉 다양성이 역사의 상수인 땅에서 부대끼며 살아왔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세상에서 살아가기엔 최적이다. 게다가 800년간 외국의 지배를 연이어 받은 인도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잘 참고 견디며 받아들이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즉 적응력이 뛰어나다.
물론 그러한 능력을 가진 인도인이 다국적 기업이 아닌 인도에서 성과를 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도 많다. 모디 총리도 왜 인도에선 구글과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피차이 등의 성공은 미국이었기에 가능하다고 불만을 섞어서 말한다. 인도에선 구글의 기업정신을 기대할 수 없고, 능력을 가졌다 해도 공평한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인도는 지금 변하고 있고 변화를 희구하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훌륭한 인적자원을 가진 우리도 인도처럼 글로벌테크노 세상에서 활약하는 엔지니어들을 많이 냈으면 좋겠다.
2015-08-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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