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유유녹명<呦呦鹿鳴>/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유유녹명<呦呦鹿鳴>/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3-27 00:00
수정 2014-03-2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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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경(詩經) 소아편에 유유녹명(呦呦鹿鳴)이 나온다. ‘유유’는 의성어이고, 녹명은 사슴의 울음소리라는 뜻이다. 사슴은 들판에서 맛있는 풀을 찾게 되면 청아한 목소리로 자신의 친구들을 ‘유유’(呦呦)하고 소리 내서 불러들이고 함께 먹는다는 의미다. 흔히 짐승은 먹이를 발견하면 경쟁자를 내쫓고 혼자 먹거나, 숨겨 놓고 다음을 기약하다 썩혀 버리는 수가 많은 것 아니겠나. 그런데 사슴이 먹이를 발견하면 기쁜 마음으로 동료를 부른다는 설명에 마음이 울컥한다. 이 고상한 사슴의 삶을 ‘난세에 간웅, 치세에 능신’이라는 조조는 부하를 유인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훗날 잘되면 나 혼자 잘 먹고 사는 게 아니라 너희에게도 충분히 나눠주겠다”고 하면서 살살 구슬렸다는 것이다.

2013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6205달러라고 한다. 월세·공과금을 남겨놓고 동반자살한 세 모녀 등의 비극이 근절되지 않는 사회에서 체감할 수 없는 그 숫자는 ‘우리의 숫자’가 아니다. ‘나와 그 패거리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몰염치한 정글이 형성되는 요즘 유유녹명이 가슴을 울린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3-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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