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알밤의 일침/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알밤의 일침/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9-26 00:00
수정 2014-09-2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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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수확하는 밤은 나에게 남다르다. 이맘때면 빠지지 않고 고향 형님댁을 찾아 주워온 게 밤이다. 종일 비탈을 오르내리며 줍다 보면 다리 근육이 풀리고, 허리마저 쑤셔 대는 통에 고통이 만만찮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은 없어지고 책상머리 일에 풀어질 대로 풀어진 다리 근육이 불끈해짐을 느낀다. 잃은 건강 되찾기라고 할까. 밤 줍기에 빠지면 찌든 만사도 훌훌 떨쳐진다. 그때만큼은 무릉도원이다. 함께하니 일손을 덜고 사이가 도타워지는 건 덤일 것이다. 올해는 시간을 내지 못해 같이하지 못했다.

아쉽던 차에 그제 형님댁에서 알밤 한 꾸러미를 보내 왔다. 어느새 밤 밭의 한구석에 떨어져 있을 녀석들이 눈에 선해진다. 토실한 이놈은 어디에서, 색깔이 진한 저놈은 언제 주운 것 등…. 모두를 삶은 뒤 일부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가을과 겨울 간식용이다. 형님댁이 보낸 알밤이 별스러운 건 얼마 전에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저러한 뜻을 담아서 보낸 것이리라. 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형만 한 동생이 없다는 옛말도 달리 와 닿는다. 말은 없지만 깊은 것이 남자들의 속내일 것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9-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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