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난(蘭)/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난(蘭)/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05-27 00:22
수정 2015-05-2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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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실이 환해졌다. 분홍빛 서양란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면서다. 이 난은 지난해 봄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산 것이다. 예로부터 난은 청초함과 은은한 향기로 ‘꽃 중의 귀족’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난은 기르기가 워낙 어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선비의 ‘인격 수양’의 한 방편이라고 할 만큼 인내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너무 습해도 안 되고 건조해도 안 되고, 밝은 햇빛도 피해야 하니 어린아이 키우는 정성이 따로 없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집 난은 그게 아니다. 지난해 꽃을 피운 후에는 초라한 행색으로 변했기에 별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워 다른 화분에 물을 줄 때 곁다리로 물을 뿌려 주곤 했다. 그랬더니 기대도 하지 않던 난이 올해 함초롬하게 다시 피어난 것이다. 그것도 꽃망울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서양란은 동양란과 달리 재배 등이 좀 수월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악조건에도 지난해보다 더 화사한 꽃을 피워 낸 것을 보니 놀랍다. 꽃의 귀족이 아니라 평민으로 내려앉았다 싶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의 힘을 키워 내는 모습에는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05-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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