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말투

[길섶에서] 말투

이동구 기자
입력 2015-10-22 23:08
수정 2015-10-2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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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와 ‘으’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단어로만 이해할 때가 많다. 전화로 사람 이름이라도 말해야 할 때는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이길 승(勝)’ 발음이라거나 ‘이룰 성(成)’ 발음이라고 일일이 구분해 주곤 한다. 상대방한테는 미안한 마음에 “경상도 출신이라서…”라며 궁색한 변명을 하게 된다.

전라도에서는 “~겨, ~안겨”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그러하냐, 그러하지 않으냐”라는 의미이나 뜻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은 기어다니는 모습을 한다고 한다. 안동 지역에서는 대화 중에 “~껴, ~꺼”라는 말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한 선배는 이런 말투에 “왜 반말하냐?”며 항의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란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죠?”라는 뜻으로 존칭의 의미가 강한 사투리라는 것을 상대방이 알게 되면 더 빨리 친해진다고 한다.

선인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인물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말하는 버릇(말투)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층 더 복잡해진 요즘의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투에는 그 사람의 인품과 지식, 마음가짐 전부가 녹아 있기 마련이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5-10-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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