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주례/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주례/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5-12-09 18:02
수정 2015-12-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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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를 섰다. 부탁받았을 때 몹시 당황했다. 망설이다 거절했다. “경륜도 턱없이 부족하고…, 차라리 훌륭한 분을 소개해 줄게”라면서. 그러나 예비 신랑의 거듭되는 요청에 한참을 고심하다 “해보세”라며 받아들였다. “선뜻 주례를 부탁할 이도 아닌데…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주저했었을까 싶어서”다.

예비 신부의 편지를 받았다. 예쁜 꽃 편지지에는 만남에서 사랑, 그리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에서 만나 가게 문을 열고, 청소하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 작은 인연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이가 됐습니다. … 9년간의 연애를 이제는 큰 인연으로 이어 가고자 합니다.’

결혼식장 단상에 올랐다. 처음이다. 신랑과 신부를 마주했다. 주례사에서 존중과 배려가 삶의 근간이 되기를 바랐다. 혹시나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라도 말조심을 당부했다. 험한 말은 상처로 남아 때때로 통증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며. 그러면서 신부의 편지 일부를 소개했다.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보다 더 감동적인 주례사가 없을 듯해서였다. 요즘 알콩달콩 사랑을 꽃피우는 이들 부부 소식을 들을 땐 참 좋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5-1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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