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호상(好喪)/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호상(好喪)/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10-25 22:44
수정 2017-10-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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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끼리 친하면 견주, 즉 보호자끼리도 친구가 되기 십상이다. 6년 전 진돗개 믹스견 금순이 덕분에 보호자 부부와 친해져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사이가 됐다. 길에서 떠돌던 개를 관찰하다 안타깝게 여긴 부부다. 차 문을 열어 올라타면 키우고, 그렇지 않으면 인연이 아니라 했던 부부 차에 오른 개는 그날부터 금순이란 이름을 얻고 금지옥엽처럼 지낸다. 개가 기피의 대상이 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금순 아빠’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상가에 갔다. 언제나 함박웃음을 짓는 금순 아빠는 나를 보더니 미소 짓는다. 미소에 끌려 나도 미소를 지었는데, 순간 아차 했다. 금순 아빠도 똑같은 생각을 한 듯 웃음을 거두고 상주와 조문객으로 마주했다.

금순 아빠의 작고한 부친은 92세, 금순 엄마의 살아 계신 부친은 86세이다. 금순 아빠 엄마는 두 집을 오가며 어르신 수발을 들었다. 쉽지 않은 간병이지만, 언제나 미소 가득한 금순 아빠는 힘든 내색 안 하고, 아버지와 장인을 모셨다. ‘호상’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이는 “부모가 돌아가신 호상은 없다”고 한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싶다.

marry04@seoul.co.kr
2017-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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