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송홧가루의 습격/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송홧가루의 습격/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9-05-07 20:30
수정 2019-05-0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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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네.” 아내가 투덜거리는 걸 보니 ‘송홧가루의 습격’이 시작됐나보다. 걸레질을 한 지 한나절도 안 됐는데 거실 바닥부터 책상 위, 실내 자전거 위까지 송홧가루가 노랗게 쌓여간다.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어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더니 아내는 걸레질을 하면서 원망을 하고, 아이들은 알러지 때문에 문을 닫자고 성화다. 송화송이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터지듯 뿜어져나오는 송홧가루가 사정없이 아파트 안으로 날아든다. 날이 가물어선지 올해엔 송홧가루 날림이 유난스럽다.

아파트 베란다에 서니 손에 잡힐 듯한 솔가지에 송화송이들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산골서 자란 내게 송홧가루는 불청객이라기보다는 귀한 먹거리 재료로 다가온다. 어릴 적 어머니는 이맘때 명절용 다식(茶食)을 만들기 위해 송화를 채취하셨다. 산에서 솔가지를 한 짐 해다가 커다란 양푼에 탁탁 털어 송홧가루를 모으셨다. 솔가지 한 짐을 털어내봤자 밥공기로 두세 개도 안 나왔으니 그 귀함을 말해 무엇하랴. 송화다식은 지금도 최고급으로 꼽힌다. 씹을 때의 한없이 고운 식감과 특유의 송화맛은 먹어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돌아오는 명절엔 아내와 아이들에게 꼭 송화다식을 맛보일 생각이다.

2019-05-08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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