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들의 ‘감옥’이 된 리비아 릭소스 호텔

외신기자들의 ‘감옥’이 된 리비아 릭소스 호텔

입력 2011-08-24 00:00
수정 2011-08-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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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장 격렬한 전투 현장에 있었지만, 불행히도 전투 상황을 취재하지는 못했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카다피군과 반군 간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동안 시내 중심가 릭소스 호텔에서 ‘감금’된 채 창문 너머로 피어오르는 포연만 지켜봐야 했던 한 AP통신 기자의 통탄이다.

AP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리비아 내전 기간 미디어센터 역할을 했던 릭소스 호텔이 기자들에게는 하룻밤 숙박비가 400달러에 달하는 ‘감옥’이었다고 24일 보도했다.

카다피 정부군이 취재진의 외부 출입을 통제하면서 CNN, 로이터, BBC 등 수십 명의 기자가 며칠 동안 전기도, 에어컨도 없는 호텔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이 호텔은 온천과 방마다 딸린 월풀 욕조 등 호화 시설을 자랑하는 5성급 고급 호텔로, 카다피 정권이 외국 취재진이 묵을 수 있도록 지정한 숙소다.

호텔에 머물렀던 AP통신 기자는 당시 기자들이 처한 상황 등을 상세히 전했다.

이 기자에 따르면 지난 22일 반군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그날 저녁 위장용 바지와 녹색 군복 상의를 입은 채 웃으면서 릭소스 호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심지어 승리의 ‘V’ 자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알-이슬람은 “당신들은 특종(great story)을 놓쳤다”며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는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의 말에 따라 기자들은 자동차에 올라타 어둠을 뚫고 알-이슬람을 따라갔다.

알-이슬람의 차는 가끔 멈춰 서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AP기자는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공격적인 것처럼 보였다”며 “아버지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했다”고 보도했다.

알-이슬람은 카다피의 요새인 바브 알-아지지야 입구에서 내렸고, 거기에는 약 200명의 남자와 지지자들이 무기를 기다리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동행한 기자들은 더는 취재를 하지 못하고 무장한 남자들에 이끌려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AP통신 기자는 “총격 소리가 들리고 총알이 호텔 창문을 스치는 소리를 들었으며 트리폴리 상공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우리는 트리폴리 전투에 한 가운데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 기자는 주말 동안 트리폴리는 정부군의 손아귀에 있었던 것 같지만, 반군이 진격하면서 취재진을 지키던 경호원이 초조해하며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고, 한 젊은 남자는 기자들이 정보를 반군에 줬다며 기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고도 전했다.

또 호텔 내 있던 무장군인들이 그곳을 떠나고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도 떠나자 호텔에는 기자들만 남았다. 그러나 친정부군이 다시 돌아와 호텔 밖을 포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22일 전투가 더욱 치열해지고 총성이 집중적으로 들렸을 때 기자들은 호텔 지하의 콘퍼런스 룸으로 대피했고, 난간에 있던 위성전화 2대가 총격으로 파괴되면서 더는 기사를 보낼 수 없었다.

AP기자는 “전기도, 물도 없었고, 빵과 버터를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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