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도가니’사건서 美대학 은폐 확인

‘미국판 도가니’사건서 美대학 은폐 확인

입력 2012-07-13 00:00
수정 2012-07-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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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 주립大, 자체 조사 결과 발표…”명성 훼손 우려”

‘미국판 도가니’로 알려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미식축구팀 코치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 대학당국이 이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도 은폐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대는 12일(현지시간) 이 대학의 제리 샌더스키(68) 전 미식축구팀 코치의 10대 소년들 성폭행 사건을 자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250여 쪽에 이르는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그레이엄 스패니어 전 총장 등 대학 고위 당국자들은 샌더스키에 희생된 소년들의 안전과 복지를 완전히 무시했으며, 지난 14년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학교의 명성이 훼손될까 우려해 성폭행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의 의뢰로 이 사건을 조사한 루이스 프리히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대학 고위 당국자들은 미식축구의 최고 명문이라는 학교의 명성에 금이 가고, 기금 모금 등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 이같이 행동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샌더스키의 성폭행 사실을 주도적으로 은폐한 인물로 이 대학의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조 패터노(1926-2012)를 지목했다.

패터노는 1998년부터 샌더스키가 10대 소년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대학경찰은 자신의 아들이 대학 샤워실에서 샌더스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의 주장을 조사하고 있었고, 패터노는 조사 내용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그러나 샌더스키가 구속된 이후 ‘1998년 사건’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2001년에는 샌더스키가 라커룸 샤워실에서 10살짜리 소년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이 대학의 조교가 목격해 패터노에게 직접 알렸다.

페터노로부터 사실을 들은 당시 게리 슐츠 부총장과 팀 컬리 체육국장은 이사회에 보고하려 했으나, 패터노는 이들을 설득해 보고를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슐츠 부총장 등은 샌더스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볼 것을 제안했으며, 대학 캠퍼스로 어린이들을 더는 데려오지 말 것을 구두 경고하는데 그쳤다.

당시 슐츠 부총장은 노트에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인가? 다른 아이들은?”이라고 적는 등 사건의 파장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프리히 전 국장이 7개월간에 걸쳐 400명 이상을 면담하고 관련 서류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지난 1월 숨진 패터노 감독의 유족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정신이고 분별 있는 어른이 아동 성범죄자를 고의로 숨겼을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시했다.

대학 측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나이키 창업자이자 패터노 감독의 열혈팬이었던 필 나이트는 그가 설립한 보육원에서 패터노 감독의 이름을 빼버렸다.

또 플로리아 주립대 미식축구팀 전직 코치인 바비 보우덴은 펜실베이니아대 캠퍼스에 세워진 패터노의 동상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한편, 샌더스키는 10대 소년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6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패터노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뒤 올해 1월 사망했으며 스패니어 총장 등 대학 측 고위 관계자들은 줄줄이 해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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