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최대 피해자
지난 21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이번 분쟁의 당사자 혹은 관련자들이 어떤 손익계산서를 받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잇따랐다.22일(현지시간) 중동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그리고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와 미국 모두 나름의 성적표를 챙겼다.
다만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자리 잡았다.
먼저 이스라엘 정부,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하거나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지를 잃지 않으면서 추가 로켓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하마스의 약속을 받아냈다.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 다소 소원해졌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은 점도 성과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이집트의 휴전 중재 과정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동등한 당사자 대접을 받았고, 사람이나 물자가 더 자유롭게 가자지구를 오가도록 한다는 합의 사항도 이끌어냈다.
하마스는 또 가자지구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텔아비브나 예루살렘까지도 사정권에 둘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집트는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첫 국제 분쟁을 성공적으로 중재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무르시 대통령은 중동 지역에서 앞으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껄끄러워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집트와의 관계가 이번 휴전 중재를 계기로 강화됐다는 점에 만족할 수 있다.
가자지구로의 무기 밀반입을 막도록 돕겠다는 방침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사태에서 미국이 보인 움직임은 앞으로 미국이 새로운 방식으로 중동 지역 문제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압바스 수반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외교 노력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압바스 수반의 입장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와 닿는 호소력은 더 낮아졌고, 자신이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하마스의 가자지구를 양립시키겠다는 그의 구상은 점점 더 현실성을 잃을 전망이다.
이밖에 터키의 경우 중동문제 중재자로서의 위상이 낮아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관계 개선은 당분간 현상 유지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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