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궁 뒷문으로 도망친 ‘파라오’

대통령궁 뒷문으로 도망친 ‘파라오’

입력 2012-12-06 00:00
수정 2012-12-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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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마지막 경고’ 10만명 시위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새 헌법 제정을 둘러싸고 이집트에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시위대의 습격을 우려해 대통령궁 뒷문으로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카이로의 대통령궁 앞에는 10만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시위대가 모여들어 무르시 대통령의 새 헌법 철회를 촉구했다. ‘마지막 경고’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시위에 참여한 무르시 대통령 반대 세력들은 “국민들은 무르시 정권 퇴진을 원한다.”, “새 헌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다.

대통령궁 관계자에 따르면 시위대 규모가 불어나자 대통령궁에서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있던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뒷문을 통해 자택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성난 시위대를 진정시키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리를 피하라는 보안 관계자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궁 대변인은 “무르시 대통령은 일정대로 업무를 모두 마친 뒤 평소에 사용하는 출입문을 이용해 대통령궁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무르시 대통령이 5일 오전 대통령궁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4일 오후까지 대통령궁 벽 주변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밀어붙였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다. 경찰은 무르시 대통령이 대통령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대통령궁 벽 뒤로 물러났고, 시위대는 한동안 대통령궁 밖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계속하는 등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관영통신 메나는 보건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이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 과정에서 1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5일에도 무르시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자 무슬림형제단 등 친(親)무르시 세력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지자들의 결집을 요구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무르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반대 세력은 무르시 대통령을 ‘현대판 파라오’라고 비난하고 있다. 국내외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르시 대통령이 오는 15일 새 헌법 선언문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강행 태세를 굽히지 않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2012-12-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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