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소속 뉴저지 주지사 강행 고수…중간선거 직전 정치쟁점화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자 간호사 앰버 빈슨(29)이 28일 (현지시간) 완치 판정을 받고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 병원에서 퇴원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방침과 별도로 일부 주에서 독자 시행 중인 에볼라 창궐 국가 여행객에 대한 ‘21일간 의무격리’ 조치에 대해 “자원봉사 의료진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21일간 의무격리’ 조처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이틀째 백악관과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 국방부도 군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와 달리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구호 활동을 벌이고 귀환하는 병력에 대한 격리 조처를 파병군 전체로 확대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정부 지침과 엇박자를 냈다.
◇ 빈슨 퇴원…미국 내 감염자 두 번째 완치 사례 = 빈슨은 기자회견에서 “퇴원하게 돼 아주 기쁘다”며 “에볼라 생존자로 치료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에게도 혈청을 제공한 켄트 브랜틀리 박사와 간호사 낸시 라이트볼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에볼라에 양성반응을 보여 15일 에모리대학 병원으로 이송된 빈슨은 역시 환자 치료 중 에볼라에 감염된 동료 간호사 니나 팸(26)에 이어 미국 내 감염자 중 두 번째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날까지 미국에서 에볼라에 감염되거나 서아프리카에서 감염된 뒤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9명 중 미국 내 첫 감염자로 8일 사망한 라이베리아인 토머스 에릭 던컨을 뺀 7명이 완쾌했다. 이 중 4명이 에모리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미국 내 4번째 에볼라 감염자인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 박사는 현재 뉴욕 벨뷰 병원에서 위중하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과학’이냐 ‘공포’냐…이틀째 의무격리 논란 = 오바마 대통령은 서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미국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팀과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치료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우리를 에볼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면서 “그들이 봉사활동 후 본토로 돌아왔을 때 불필요하게 격리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두 간호사의 완쾌 사례를 들며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합리적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21일간 의무 격리 명령을 발동한 일부 주에 분명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서아프리카에서 오는 의료진 중 감염 고위험군에게 ‘자가 격리’를 권유하는 지침을 전날 새로 발표한 이상 주 정부가 강제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 전문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도 이날 사설에서 의무격리 조치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고, 현명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으며 에볼라 저지를 위한 필수적인 노력을 곤경에 처하게 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의무격리 방침이 가혹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미국 국민은 이를 상식이라고 믿고 있다”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는 “우리 정책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바뀔 것이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공포 확산을 저지하고 에볼라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연방 정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뉴욕, 일리노이 주지사가 의무 격리를 시행했다가 백악관의 압력으로 ‘자가 격리’로 한발 물러섰음에도 크리스티 주지사가 강성 발언을 이어간 것을 두고 미국 언론은 중간 선거 직전 에볼라 의무 격리가 정치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군 수뇌부의 의견을 수렴해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서아프리카 파견 미군의 격리조치 확대를 건의했다”면서 “헤이글 장관이 종합적으로 고민한 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연방 정부의 방침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에볼라 퇴치 활동을 지원할 병력 3천900명을 서아프리카에 파견할 예정인 미국은 전날 그곳에서 귀환할 예정이던 대릴 윌리엄스 아프리카 주둔 미 육군 사령관과 일행 11명을 이탈리아 빈센차 기지의 별도 장소에 격리조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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