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붕괴, 미 금리인상 등이 위기의 계기 될 수도”
중국이 지난 10년과는 달리 자금 이탈 조짐이 완연한 상황에서, 차입 청산(디레버리징)이 본격화되는 위기 때는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가늠이 분분하다고 블룸버그가 23일 전했다.블룸버그는 그간의 성장 호조로 자금이 몰려들던 중국에서 이제는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면서 부동산 거품 가시화, 기업 수익성 악화, 환시장의 상대적 안정, 그리고 부패 척결 강화가 복합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중국 지도부가 경제 거품을 가라앉히려고 차입 청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자생적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싱가포르 소재 국제금융협회(IIF)의 장-샤를르 상보르는 블룸버그에 “중국이 증시는 상승하는데도 자본은 이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시 경제가 더 악화하거나 증시가 주저앉으면, 하강 위험이 확산하면서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아직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관타오(管濤) 중국 외환관리국 국제수지국장은 23일 베이징에서 가지니 한 회견에서 “자본 이탈이 정상적이며, 예상을 초과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자본 흐름을 단속할 새로운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세계무역기구연구학회장인 쑨전위도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투자 포럼에서 “중국이 여전히 외국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무역지대 확대 등 중국이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령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통신 신화가 외환관리국 집계를 인용해 전한 바로는 중국의 은행은 지난달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환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8천83억 위안(약 1천314억 달러)의 외환을 사들인 반면 1조 2천100억 위안을 처분해, 4천62억 위안(약 660억 달러)의 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8개월째 환 적자가 이어졌다고 신화는 전했다.
이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환시장에 개입한 탓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을 이탈하는 자금이 급증할 수 있으며 증시가 갑자기 주저앉거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리는 것이 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위안화가 가치 하락과 함께 1조 달러 규모의 캐리 거래 통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핫머니(단기성 투기 자금)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기업의 국제화 확산,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축과 연계된 국외 투자가 활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HSBC 홀딩스의 홍콩 소재 아시아 경제 분석 공동 책임자 프레데릭 뉴먼은 블룸버그에 “(중국 자금시장이) 시스템 위기에 빠졌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 자금을 통제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중국에서 자금이 (갑자기 대거) 빠지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뉴먼은 중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들어가려면 자본시장 개방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유사시 금융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3조 7천억 달러의 외환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시장이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홍콩 소재 오리엔트 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루 콜리어 대표가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아직은 위기 상황이 아니지만, 항아리 속의 개구리 격”이라면서 “(항아리 속의) 물이 곧 끓을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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