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팅옌 전 대사, 대공보 칼럼서 지적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일정 확정이 지연되는 것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과 관련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초대 주한국 중국대사를 역임한 장팅옌(張庭延) 한중우호협회 부회장은 ‘옌징(延靜)’이란 필명으로 친(親)중국계 홍콩매체 대공보(大公報)에 게재한 칼럼에서 3일 “이희호 여사의 방북과 관련한 남북한 실무접촉이 지난달 30일 북한 개성에서 열렸으나 구체적 방문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한국 측이 곤란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부회장은 “이희호 여사의 방북 일정 확정 지연과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여사 방북 시 김 제1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은 취임 후 3년 동안 외국을 방문한 적 없으며 몽골 대통령의 방북 시에도 면담하지 않는 등 대체로 외빈 접견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여사가 방북 후 김 제1위원장을 만나게 될지를 사전에 예고하는 것은 (북한에) 곤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여사의 방북 일정 확정이 김 제1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와 면담 일정 등에 달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장 부회장은 “북한 측 입장에서 보면 방문 일정 확정 지연이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관련됐을 수도 있다”며 “북한은 한국이 이 여사의 방북을 광복 70주년 전에 남북관계 경색을 타개할 돌파구로 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한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민간 행사를 준비했지만, 양측 주장이 달라 무산됐다”고 전했다.
장 부회장은 “이 여사가 점점 연로해지고 있어 방북 일정이 더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이 여사의 방북이 언제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한국과 중국 간 수교가 이뤄진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주한국 중국대사를 지냈다. 그는 주북한 중국대사관에서도 1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명실 공히 한국통으로 불린다.
필명 옌징은 장 부회장이 아내 탄징(譚靜)과 자신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