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2세 오쿠노 전 법무상, 요미우리 회고담서 “내가 태우자 제안했다””전범문제 피하려…군 물자, 민간에 양도하면 몰수 우려 없다 판단”
일본이 1945년 패전 선언 닷새 전 전쟁 책임 추궁을 피하려고 정부 차원에서 공문서 소각 결정을 내렸다는 전직 관료의 증언이 나왔다.올해 102세인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전 법무상은 10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실린 회고담에서 일본 정부가 항복 이후의 상황에 대비해 황급히 취한 조치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패전 당시 내무성 지방국 전시업무과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오쿠노 전 법무상은 1945년 8월 10일 사코미즈 히사쓰네(迫水久常, 1977년 사망) 당시 내각서기관장으로부터 전쟁종결처리 방침을 정리해 달라는 극비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각 성(省) 관방장을 내무성에 모아 회의를 열었으며, 당시 회의에서 공문서 소각이 결정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일본에 항복을 권고한 포츠담 선언에 전쟁 범죄자를 처벌한다는 방침이 기재돼 있었고, 이 때문에 종전 후 전범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고자 관련 문서를 전부 태우자는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회의에서는 내가 ‘증거가 될 수 있는 공문서는 전부 태우게 하자’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회의가 끝나고 나서 공문서 소각 지령서가 작성됐다고 덧붙였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당시 회의에서 군 물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중요한 의제가 됐다고 밝혔다.
결국 ‘군이 지닌 물자가 방대해 이대로라면 몰수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나눠주면 그럴 우려가 없어질 것이다’는 판단에 따라 연합군 점령이 시작되기 전에 식량이나 의료품 등을 일본인에게 나눠주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2차 대전 항복을 전후로 기밀문서를 대거 소각했다는 사실은 일본 외교 문서나 궁내청 문서 등에서 누차 확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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