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빨간 낙인 찍는 영국 ?사회적 차별에 논란

난민에 빨간 낙인 찍는 영국 ?사회적 차별에 논란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1-25 16:31
수정 2016-01-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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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붉은 색 팔찌 착용 강제

 영국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서 지난해부터 난민들에게 ‘붉은색 팔찌’(손목 밴드)를 착용하도록 강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난민 신분임을 공공연하게 알려 차별을 조장하고 있으나 좀처럼 시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란이 된 팔찌는 난민 신청자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전까지 하루 세 차례 식량을 공급받도록 제공된 것이다. 카디프의 난민 보호소에서 나눠준 이 팔찌를 차고 있어야 보호소로부터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하면, 취업이 제한되고 지원금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강제 조치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난민 지위를 얻기 전 한 달간 카디프의 난민 보호소에 거주했던 에릭 응갈레(36)는 “이 팔찌 없이 음식을 배급받으러 가면 거절당했다”면서 “일단 착용하면 벗을 수 없도록 고안돼 족쇄와 같았다”고 증언했다. 팔찌를 차지 않으려는 수용자들에게는 “정부에 보고하겠다”는 위협도 가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난민 지위 신청자에게는 치명적인 겁박이 됐던 셈이다.

팔찌를 차고 거리로 나서면 폭언이 주어졌다. 팔찌가 밝게 빛나도록 설계돼 먼 거리에서도 누구나 쉽게 식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응갈레는 “팔찌를 찬 난민을 발견한 현지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너희 나라로 어서 돌아가라’고 말하거나 욕설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때때로 팔찌는 빨간색 외에 은색, 남색 등으로도 제작돼 난민들의 등급을 매긴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이 식량을 빌미로 굴욕감을 안긴 팔찌를 놓고 항의가 잇따랐지만 팔찌를 고안해 시행 중인 대행업체 측은 “난민 신청자 급증으로 착용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영국 내무부는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앞서 영국에선 잉글랜드 미들즈브러 지역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머무는 건물의 현관을 빨간색으로 칠해 다른 일반 거주지와 구분하면서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런 조치가 과거 나치가 유대인 거주지에 특정 표식을 하던 것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과 흑인의 거주지를 구분하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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