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착촌 중단” VS 네타냐후 “테러 조장”

반기문 “정착촌 중단” VS 네타냐후 “테러 조장”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1-27 22:54
수정 2016-01-2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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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 “팔레스타인·국제사회 모욕 … 억압받은 민족들 대응은 인간의 본성” 네타냐후 “유엔, 오래전 중립성 잃어”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이하 서안) 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해 전 세계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문(왼쪽)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는 오히려 반 총장이 테러리즘을 부추긴다는 ‘막말’로 응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반 총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에서 강행하고 있는 정착촌 사업 중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국민과 국제사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여러 시대를 거쳐 억압받은 민족들이 보여줬듯, (원치 않는) 점령에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며 이는 잠재적인 증오와 극단주의를 낳는다”고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1967년)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후보지였던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 일대를 점령했다. 이후 “서안 지구를 팔레스타인에 반환하라”는 국제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이곳을 실효 지배하기 위해 130여개의 이스라엘인 정착촌을 지었다. 서안 지구(인구 약 310만명)에는 이스라엘인 35만명이, 동예루살렘(인구 60만명)에는 약 20만명이 살고 있다. 양측 간 유혈 충돌로 지난 10월 이래 이스라엘인 25명, 팔레스타인인 149명이 숨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했지만 태도가 바뀌지 않자 유엔 사무총장이 나선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은 이곳에 새 주택 150채 건설 계획을 승인하는 한편 370에이커(약 1.5㎢)의 땅을 압류하기도 했다.

반 총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반 총장이 테러리즘에 순풍을 불어준다”며 “(유엔은) 이미 오래전에 중립성과 도덕성을 잃었다”고 쏘아붙였다. 또한 “팔레스타인 살인자들은 국가를 건설하기를 원하지 않고 국가를 파괴하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평화와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유대인이기 때문에 살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두 국가 해법’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반 총장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양측에 충돌 자제를 요청하며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두 국가 해법’을 제시했다. 당시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갈등의 원인은 정착촌 건설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테러리즘에 있다”면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도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사주했다”고 말한 바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1-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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