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등 각국 언론 반응
북한이 36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 대회에 대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언론이 사흘째 민감하게 다뤘다. 중국 주류 언론은 논평이나 분석 없이 보도했고, 일본 언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침략 사죄요구를 주요하게 다뤘다.일본 언론은 8일 김 제1위원장이 전날 일본의 한반도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점에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교도통신 등은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한 평양발 기사에서 “핵보유국 선언”과 함께 “(일본이) 우리 민족에 저지른 과거의 죄악에 대해 반성, 사죄하고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중요하게 다뤘다. 요미우리신문은 ‘핵을 고집하면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을, 마이니치신문은 ‘개인 숭배로는 길이 열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남북 대화를 강조한 것과 관련, “미국에 대화를 제안해도 오바마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시기적으로 어렵다”며 “그 이전에 남한을 흔들어서 대화를 재개할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연방제 통일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는 별개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며 “그것은 한반도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7일 ‘중공중앙이 조선노동당 7차 대회 개최를 축하하는 축전을 (북한에) 발송했다’는 제목의 관영 신화통신 기사를 1면 상단에 게재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번 축전에서 김정은 이름을 거명하지 않아 중국 측의 관계 개선 메시지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인민일보나 신화통신 등은 김정은의 발언 전문을 소개했지만 논평이나 분석을 곁들이지 않아 북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보도를 통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정하오는 이날 홍콩 봉황위성TV에서 김 제1위원장이 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수소탄’ 등을 업적으로 내세운 데 대해 “‘선군정치’를 ‘선핵정치’로 구체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 교수도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개막사는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이 됐다는 점을 재강조한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차기 미 대통령과 관계개선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7일자 국제면 한 면을 통으로 할애한 ‘김정은과 핵무기에 대한 찬양’이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에서 “북한의 병진 노선은 이탈리아식으로 말하면 ‘버터와 대포’를 동시에 약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게는 고립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서 “그것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도발적 행위를 중지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분명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5-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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