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샹그릴라대화서 남중국해 문제 강온양면 행보

中 샹그릴라대화서 남중국해 문제 강온양면 행보

입력 2016-06-05 16:52
수정 2016-06-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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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불사 태세 보이면서도 언론·참가국에 친화적 태도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갈등 속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를 무대로 강온 양면의 행보를 보였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 결연한 입장을 보이는 한편 이전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태도로 다른 참가국 대표와 외신을 대했다고 중화권 언론이 5일 보도했다.

이는 6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국제재판소의 남중국해 중재판결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최대한 확보해보려는 의도가 뒤섞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회의 개막 첫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으며 도발을 일삼고 지역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한 직후 중국 대표단은 외신을 상대로 예정에 없었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난해 샹그릴라대화에서 중국이 마지막날 쑨 부참모장의 연설이 끝난 이후에야 마지못해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인 관여우페이(關友飛) 해군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대표단 일원으로서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을 대신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정례 브리핑에서 준비된 답변을 또박또박 읽기만 했던 양 대변인과 달리 관 소장은 답변서 없이 유창하면서도 예리한 어투로 미국의 비판을 반박했다.

관 소장은 미국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미국이 주장하는 ‘원칙’은 다른 모든 ‘원칙’을 압도한다며 “미국이 자제하고 자기 자신을 잘 단속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전쟁사까지 거론하며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벌인 전쟁의 교훈을 상기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즉각적인 미군 철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중단, 한반도 군사훈련 자제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쑨젠궈(孫建國·상장) 인민해방군 부참모장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다소 신경질적이고 엄숙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쑨 부참모장은 올해 회의에서는 웃음 띤 얼굴로 상대를 치켜주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쑨 부참모장은 뉴질랜드 게리 브라운리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오랜 친구’라고 칭하며 “안아도 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계급이 저보다 위니 먼저 발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호주의 마크 빈스킨 공군 대장에게는 “작년에 만났을 때만큼 여전히 젊어보인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더 늙었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러시아의 아나톨리 안토노프 국방차관과의 회동에서 쑨 부참모장은 “61세나 되신 분이 어떻게 그렇게 눈이 좋은지 작년 회의에서 무척 인상깊었다”는 말로 상대를 추켜세웠다.

그는 하지만 5일 샹그릴라대화의 주제연설에 나섰을 때는 미국을 상대로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투의 강경한 모습으로 되돌아섰다.

쑨 부참모장은 “(남중국해와) 직접 연관이 없는 외부 국가는 딴짓을 하지 말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한 국가의 이기적 이익을 챙기려는 도발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마찰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우리 주권과 안보이익이 침범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일부 국가가 남중국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좌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을 상대로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다른 회의 참가국을 상대로 해서는 친화적인 태도로 남중국해 우군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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