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가 불편한 이유…‘소셜 저스티스 워리어’의 경고

‘프로불편러’가 불편한 이유…‘소셜 저스티스 워리어’의 경고

방승언 기자
입력 2016-07-08 17:15
수정 2016-07-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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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앉은 男 폭로하는 ‘오메가패치’ 수사 착수
경찰,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앉은 男 폭로하는 ‘오메가패치’ 수사 착수 인스타그램 캡처
지하철·버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업로드한 고발계정 ‘오메가패치’ 운영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수사가 지난 6일 시작됐다.

●오메가패치, ‘정의구현’ 했다?

일각에서는 배려석의 본래 취지를 강조하려고 한 오메가패치의 의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다수 여론은 사회 정의 실현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방법 측면에서는 사회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의 ‘프로불편러’ vs 미국의 ‘SJW’

근래 네티즌 사이에선 오메가패치와 같이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를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강요하는 몇몇 사람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조롱하는 ‘프로불편러’라는 용어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종일관 남의 언사와 행동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는 의미다.

흥미로운 것은 해외에서도 ‘프로불편러’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SJW)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원래 저명한 인권운동가들을 지칭하던 말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페미니즘, 평등, 다문화주의 등 사회적 진보 성향의 관점을 옹호하는 사람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단어’로 통용된다.

●우리네 문제나 마찬가지

미국에서 페미니즘, 평등, 다문화주의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사상이다. 그럼에도 SJW가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해당 사상의 논리적 근거나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의적이고 극단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남성혐오 또는 여성혐오를 외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자기 신념에만 매몰돼 불법까지 저지르는 현재 우리 온라인 문화의 어두운 단상 역시 SJW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 따라서 SJW에 대한 현지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정의를 향한 왜곡된 사랑

영국 옵서버 칼럼니스트 캐시 영은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칼럼에서 ‘SJW의 핵심적 문제는 사건을 단편적으로 해석하며, 자신들이 옹호하는 가치를 지나치게 중시해 때로 다른 중대 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 단적인 예로 든 것이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당시 일부 SJW의 행태다. 이들은 ‘소수 문화’에 해당하는 이슬람 신앙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테러에 목숨을 잃은 만평가들을 오히려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바 있다.

SJW의 문제점을 대변하는 또 다른 특성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이들의 과도한 집착이다. 정치적 올바름(PC) 운동이란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확산된 사회 현상으로, 성소수자, 흑인, 여성, 장애인 등 소수집단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해 차별적 표현을 지양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흑인을 ‘black’이 아닌 ‘African-American’으로 지칭하는 경우를 PC의 대표적 적용사례로 들 수 있다.

그러나 PC는 현재 미국 등지에서 점차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이는 PC가 그간 ‘남용’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남용에 가장 앞장서는 사람들로 단연 SJW를 꼽을 수 있다. PC에 어긋나는 사소한 말실수를 저지른 몇몇 공직자와 방송인은 SJW의 거세고 조직적인 항의에 의해 자기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압제를 낳는 자유투쟁

영은 소수에 대한 다수의 압제를 몰아내겠다는 SJW의 활동이 결국은 또 다른 압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인간사의 모든 측면을 정치 이슈화 하고 통제하려는 이러한 사상을 우리는 보통 ‘전체주의’라고 부른다”며 “SJW의 사상은 일반적인 전체주의 사상과는 달리 확정적인 교리를 지니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모호함이 오히려 더 큰 폭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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