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판 헌법전, 해리포터 이어 아마존 베스트셀러 2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계 전사자 후마윤 칸의 부모를 겨냥해 한 무슬림 비하 발언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칸 부친의 연설 ‘소품’인 포켓판 헌법전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후마윤의 묘지를 찾는 참배객도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보수단체인 국립헌법연구센터가 펴낸 포켓판 미국 헌법전이 이날 아마존에서 해리포터 신작에 이어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8일 연사로 나선 후마윤의 아버지 키즈르 칸은 연설 도중 트럼프를 향해 “헌법을 읽어본 적이 있긴 하느냐? 기꺼이 내 책을 빌려주겠다”며 웃옷 주머니에서 미니 헌법전을 꺼내 흔들었다.
트럼프의 “반(反) 헌법적인”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규탄하기 위한 그의 상징적인 제스처에 청중은 열광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그를 이날 최고의 연사로 꼽기도 했다.
전당대회 이후 판매가 증가했던 이 포켓판 헌법전은 이후 트럼프가 칸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후마윤의)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무슬림 비하성 발언을 해 논란이 증폭되면서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
포켓판 헌법전을 출간하는 또 다른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지난달 30일 “키즈르 칸을 기리는 의미에서” 5달러(약 5천500원)에 판매해온 헌법전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출판사무국도 1일 헌법전을 1.5달러(1천700원)에 할인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 마케팅 담당자인 로레인 케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칸의 연설을 보고 매우 감동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난달 30일 이후 4만 부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고 전했다.
후마윤 칸 대위를 직접 추모하기 위해 알링턴 국립묘지 내 묘소를 찾는 참배객들도 잇따르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칸 대위는 27살이었던 지난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복무 중 차량 자살폭탄 테러로 전사했다.
참배객들은 난초, 카네이션, 장미 꽃바구니와 소형 성조기 등을 가져와 칸 대위의 비석 앞에 두고 참배했다. 일부 플라스틱 꽃바구니 안에는 추모 메시지를 담은 편지도 들어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묘지를 찾은 제이크 도웰스(17)는 칸의 이야기가 “미국인이라는 것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며 “미국의 영웅을 만나고 존경심을 전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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